책 토론 모임인 피그말리온의 발제책으로 선정된 탓에 수년간 미뤄놓은 '백범일지'를 드디어 읽게 되었다.
백범일지는 크게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을 담은 <상권>과 3.1운동 이후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하권>, 그리고 중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나의 소원>으로 구성된다. 이 중 <하권>은 대한민국 임시 정부 시절을 포함한 우리나라 현대사를 일목요연한 흐름으로 담고 있어 역사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나의 경우는 후반부로 갈 수록 점점 역사적 사실을 늘여놓아 조금은 지루해 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감동하고 전율한 부분은 백범이 독립투사로 성장하게 되는 <상권>이다. 물론 뒤의 <나의 소원>부분도 잘 알려진 명저이지만 청년 시절의 중심에 서있는 내게 <상권>에서의 청년 백범의 굳은 의지력과 신념들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
17살 때 백범은 아버지가 전해준 <마의 상서>라는 책을 3달동안 독수공방하며 읽으면서 뜻을 정하게 된다.
상호불여신호, 신호불여심호 (相好不如身好, 身好不如心好) : 얼굴이 잘 생긴 것은 몸이 잘 생긴 것보다 못하고,
몸이 잘 생겨도 심성이 좋은 것만은는 못하다
이 구절을 읽고 그는 평생에 마음 좋은 사람이 되기로 굳게 결심하게 된다. 이러한 그의 결심은 국모시해사건이 터진 그의 20대 때 어느 한 주막에서 군집도를 찬 일본인 한명을 죽이는 행동으로까지 이끌게 된다. 이 것을 사실 그 자체로만 봐서는 그의 행동이 미친놈 같이 여겨질 지 모르겠지만 내가 감동 받은 것은 그가 자문자답하는 그의 사고 과정이었다.
得樹攀枝不足奇 (득수반지부족기) 懸崖撤手丈夫兒 (현애철수장부아): 나무가지에 올라 가지 끝에 서는 것은 별로 기특할 것이 없도다. 낭떠러지에서 손을 놓는 것이 참으로 대장부 이기에...
라는 글이 생각났다. 벌레를 잡은 손을 탁 놓아라, 그것이 대장부이다. 나는 가슴속에 한 줄기 광명이 비친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문자답하였다. "저 왜놈을 죽이는 것이 옳으냐?" "옳다." "네가 어려서부터 마음 좋은 사람이 되기를 원하였느냐?" "그렇다." "의를 보았거든 할 것이요, 일의 성불성을 교계하고 망설이는 것은 몸을 좋아하고 이름을 좋아하는 자의 일이 아니냐." "그렇다. 나는 의를 위하는 자요, 몸이나 이름을 위하는 자가 아니다."
이러한 자문자답을 거친 김창수(청년 시절까지의 김구의 본명)은 왜놈을 죽이고 나중에 재판장에서 관리 뒤에 있던 일본군인을 향해 호령함을 통해 그 유명새를 타게 된다.
김구 선생은 자신의 신념이 분명하였다. 우리 민족을 교묘한 수법으로 빼앗고 백성의 삶과 자유를 억압하는 일본인을 이땅에서 몰아내고 자주독립을 하는 것이 그의 뚜렷하고도 담대한 신념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신념은 앞서의 일본인을 죽인 사건이후에도 말과 혀로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목숨을 담보로한 독립운동으로 증명해 나갔다.
그리고 그는 겸손하며 사람을 사랑했다. 일본인에 의해 붙잡혀 고문당하고 굶주려 있는 동료들을 위해 아내나 어머니가 가져오는 음식을 없는 가운데서도 항상 나눠먹었다. 심지어 혼자만 먹을 수 있다는 규칙이 적용되어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하고 감방으로 다시 들어가게 되어 있는 곳에서도 자신의 입에다 넣어 마치 제비가 자신의 새끼들에게 양식을 주듯 입에서 입으로 동료들을 챙겨 먹이기도 했다.
그는 늘 배움의 자세를 가졌다. 어느 감옥에서의 일이다. 그가 한 도둑 때와 함께 투옥생활을 하게 되었을 때 그는 규율과 의리로 똘똘 뭉친 그 도적 때들에게 큰 감명을 받게 된다. 한낱 도적때에 불과가지만 그 안에서도 철저한 규율과 의리가 바탕되어 있는데 나라를 구해야 겠다는 대의를 품은 자가 그들 보다 못하다는 것을 깨닫은 것이다. 그리고 그뒤 마음을 다잡고 철저한 계획과 실천을 통해 한층더 올라선 삶을 살게 된다.
토론을 위해 억지로 본 책이지만 읽다보니 내가 김구라는 분을 존경하기에 이르렀다. 뭔가 하나에 대한 굳은 신념, 겸손함, 사랑, 배움의 자세는 위인전기를 통해 후세에 그를 알려지게 하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이 하였다.
백범이 주막에서 일본일을 죽인 것은 20살 쯔음이었을 것이다. 현재 그보다 나이를 많이 먹은 나는, 청년 백범과 같이 목숨도 마다하고 칼을 뽑을 신념이 있는가?, 수족이 묶인채 고문을 당하는 자리에 서서도 내 목숨을 좌우하는 사람을 향해 외칠 우렁찬 비젼이 있는가? 정말 이에 대해 한마디 분명한 대답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부끄럽다.
한 사람의 자서전을 제대로 읽은 것도 거의 처음이지만, 이를 통해 내 삶의 목표와 지금 청년의 때에 내가 무엇을 위해 살고 세상을 향해 어떤 외침을 질러야 하는지 진지하게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정말 이것을 청소년기때 제대로 한번 읽었다면, 내 인생이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청소년들에게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