쩡세's Paraguay2012.11.16 10:47

파라과이에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마음이 왔다갔다 한다. 다 사람에 관한 것이다. 어제는 한참 동안 "코레아노"라고 하는 것이 거슬려 마음 아파하다가도 오늘 학교에 가서 아이들하고 이야기하고 노니 또 기분이 풀렸다. 저녁에 샤워하고 오랜만에 공부다운 공부를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방에서 딱 나가니 다니엘이 이상하게 아무말도 없이 나를 지나치는 것이다. 페르난도도 웃기만 하고 아무 말도 없이 나를 처다 보았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부엌에서 물을 떠서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햄버거를 먹고 있는 노르마의 모습이 보였다. 그냥 가서 아무 말도 없이 쇼파에 기대 티비를 보니 다들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좀 할말이 없어졌다. 그래서 좀 더 티비 보는 척을 하다가 노르마 옆에 가서 앉아 감자튀김을 몇개 집어 먹으니 그제서야 노르마가 오스카에게 햄버거 사오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그냥 엎드려 절받는 꼴이 될 것 같아 "괜찮다"고 했다.


근데 이건 괜찮은게 아니다. 여지껏 "저녁밥"에 대해서 그렇게 강조했는데 이런 대우를 하다니 좀 흥분했다. 감정이 치솟아 오른다. 그래 그네들의 입장에서는 내가 아무 소리도 없이 조용히 있어서 자는 줄 알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그래도 최소한 한번 문 두들이고 물어나 봐야 되는 거 아닌가? 여지껏 "저녁밥"에 대해 그렇게 강조하고, 집 계약할 때에도 그네들이 임대가 아니라 밥값만 받는 다고 했으면 그 "밥값"이라도 잘 사용해 줘야 할 것 아닌가? 심지어 난 오늘 저녁을 먹을게 없어서 빵에다 과일주스 먹었다.


타지 생활하면서 안그래도 마음 여려지는데 내 마음 그렇게 긁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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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라과이와 알레한드로
쩡세's Paraguay2012.11.06 11:51

오늘은 참 보람 있었다. 그동안 7명의 스페인어 선생님의 전화번호를 얻어 그 중에 3명을 만나보고 드디어 거기서 내게 맞는 한명의 선생님을 만났기 때문이다. 아직 나이는 모르지만 쉰은 넘었을 것 같고 말이 느리고 친절하고 비교적 내 집에서 가까이에 사신다.


스페인어를 국어로 쓰는 나라에서 내가 무슨 분별력이 있겠냐마는 내가 분별하고자 했던 것을 압축하자면, '외국인에 대한 배려'이다. 스페인어를 국어로 쓰니만큼 스페인어는 내가 배우기 충분할 만큼 다들 잘할 것이고, 가르치는 것도 다들 고등학교나 대학교 현업에서 뛰시는 분들이라 의심할 여지가 없을 뿐더러 내가 잘 분별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 사람의 인성은 내가 만나보면 느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외국인이 잘 못알아듯는 기미가 보이면 말을 천천히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돈얘기를 하는 선생님도 있었고, 만나보니 너무 고집이 세서 내가 모르는 것을 그 때 그 때 해소할 수 없을 것 같은 선생님도 있었다. 사람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마음씨가 좋아야 한다. 어렵게 선생님을 찾았지만, 찾는 과정에서 이것을 몸소 느낄 수 있어서 보람찼다.


앞으로 Beatriz 선생님과 함께 할 수업들이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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